붉고 푸른 이야기들

일본의 '안데르센' 오가와 미메이가 선사하는 아름답고 신비한 동화 모음집

메이지부터 다이쇼 시대까지 활약한 오가와 미메이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아동 문학 작가이다. 돈에 눈이 멀어 소중하게 키운 인어의 딸을 팔아넘긴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붉은 초와 인어'를 비롯해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맛볼 수 있도록 빨간색과 파란색 소재를 담은 동화 14편을 뽑아서 이 모음집을 구성했다.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가볍지만, 판타지 세계에 푹 빠져서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하고 읽는 이의 어두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교훈을 주기도 한다. 아동 문학으로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팬이 많아 '일본의 안데르센', '일본 아동 문학의 아버지' 등으로 평가받고 있는 오가와 미메이의 작품은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내려줄 것이다.

-책 속으로

아이는 장갑을 바로 줍지 않고 가만히 쳐다봤습니다. 그러다 곧 작은 손을 뻗어 장갑을 주워들고는 자못 신기하다는 듯 빤히 바라봤습니다. 아이는 이토록 아름다운 물건을 난생처음 손에 들어 봤습니다. 마을을 나가 근사한 상품들이 진열된 가게 앞을 지나칠 때도 멀뚱히 구경만 할 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인지 그 빨간 장갑을 볼에 비볐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입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손에 껴 보려 하진 않았습니다. 아이는 소중한 보물인 것처럼 장갑을 품에 꼭 안고는 적적한 눈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